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글쓰기가 좋은 개발자 이야기

 

아주 어린 초등학생 시절부터, 청소년이라면 매년 또는 매 학기 만나게 되는 설문지가 있습니다. 바로 장래 희망에 대한 조사인데요.

직업은 사람의 삶을 나타내는데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할애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고, 나의 성향이나 가치관이 반영되어 곧 나를 나타내는 요소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초등학생부터 장래 희망에 대한 고민을 이어왔고, 어린 시절에는 하루아침에 원하는 진로가 바뀌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르기까지 제 장래 희망에 많은 영향을 준 크나큰 사건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인데요.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가장 처음 장래 희망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은 중학생 시절 도내 청소년 글짓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일이었습니다. 평소에도 글짓기를 좋아해 비슷한 대회에 나가 상을 타 본 일이 적지 않았지만 큰 대회에서 가장 큰 상을 타본 것은 처음이었고, 그 당시에는 나름 막대한 상금과 함께 주어진 상장과 명예의 맛을 봤을 때 제 첫 번째 장래 희망은 ‘수필 작가’로 정해졌었습니다.

첫 번째 꿈을 접게 된 이유는 현실적이게도 돈이 되지 않아서였습니다. 소수의 성공한 유명 작가들을 롤모델로 꿈을 이어가기에는 글 작가로 성공해 돈을 벌 만큼 내 재능이 뛰어난가에 대한 확신도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첫 번째 장래희망을 포기한 뒤 요건을 고려해 정한 제 두 번째 장래 희망은 ‘국어 교사’였고, 그렇게 별 일이 없다면 교사가 되기 위해 교대 진학을 목표로 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또다시 제 장래희망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저는 SW 교육을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고등학교를 나왔는데요. 이 때문에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C언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 기본적인 문법을 학습한 뒤 처음으로 작성한 프로그램을 동작시켰을 때 느꼈던 성취감과 희열은 아직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저는 ‘사람이 하기엔 귀찮은 일을 코드 몇 줄이면 뚝딱 해내는 컴퓨터의 매력’에 빠져 진로를 바꾸게 되었고, 그 당시에는 개발자라는 단어조차 잘 쓰이지 않던 시절이라 제 장래희망란에는 ‘프로그래머’가 적히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해 CS 지식, 프로그래밍 언어, 지금은 직업이 된 웹 개발 기술까지 정신 없이 학습하다보니 금세 고학년이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 착실히 놀기도 하여 건강하지 않은 간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 직업은 ‘서버 개발자’였고, 관련 공부를 이어온 끝에 지금은 어엿한 현업 개발자가 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개발자로 완전히 진로를 정하게 되며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제가 여전히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점이었는데요.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이는 아쉬워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개발자 또한 개인의 성장과 지식의 공유를 위한 글을 써나가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긴 시간을 글 쓰는 개발자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신뢰를 주는 백엔드 개발자가 되는 일도, 이 과정에서 얻은 지혜를 읽기 좋은 글로 다듬어 공유하는 일도 저에게 큰 보람을 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여담이지만 최근에 향로님도 비슷한 주제의 포스팅을 하셔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창천향로, 가장 좋아하진 않는 프로그래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