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또 9기를 마치며 돌아보니 글쓰기가 더 좋아진 개발자 이야기

이 글의 제목은 글또를 시작할 때 올렸던 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글쓰기가 좋은 개발자 이야기'와 수미상관 구조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고민해보았다.

 

약 반 년 동안 글쓰기 커뮤니티 ‘글또’의 9기 일원으로 활동해왔다. 지금까지 참여해온 대부분의 IT 커뮤니티에서는 기술적인 성장을 목표로 두고 있었고, 활동을 마무리 할 때 쯤에는 기술적 성장, 함께 즐거웠고 고생했던 좋은 동료들을 얻으며 마무리했었다.

그러나 글또에서는 조금 다른 가치들을 얻었는데,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 크게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다음 기수에서는 어떤 점을 보완하고 싶은지에 대한 회고 내용을 적어보고자 한다.

 

 

글또에 참여하게 된 계기

나는 평소에도 이런저런 글 쓰는 일을 좋아했다. 개발자로 진로를 정하게 된 대학교 고학년 무렵부터는 전공 수업에서 배운 내용들을 자잘하게 기술 블로그에 기록해왔는데, 취업을 한 후에는 일이 바빠 블로그를 거의 방치해두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글또를 알게 되었는데, 어떤 활동인지 차근차근 읽어 내려가면서 간만에 심장이 설렜던 것 같다. 매주 글을 쓰고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는 활동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큰 망설임 없이 지원해 9기 멤버로 참여하게 되었다.

사실 처음 글또에 참여할 때 목표로 했던 것은 글쓰기 능력 향상 하나 뿐이었다. 그러나 9기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확실히 그보다 더 많은 가치를 얻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글또에 참여하며 얻은 성취

여러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했다.

나는 평소에도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같은 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다는 것도 좋고, 어떠한 가치관 또는 목표를 가진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는지를 보고 듣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글또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도 커피챗, 세미나, 반상회 등을 통해 다양한 연차, 다양한 포지션의 개발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주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평소 궁금했던 점에 대한 조언이나, 다양한 Action Item을 설정하고 실천해볼 수 있었다.

사소한 것들이지만 몇 개 적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 일단 도전해보고 후회하자 - 도전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보다는 도전해본 뒤 “해봤는데 별로네” 라고 판단하는 편이 낫다. 이러한 도전은 기존에 하던 일과 아주 다른 것일 확률이 높으므로, 때로는 도전이 불편/불안이라는 감정을 유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 감정을 이겨내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아야 비로소 새로운 가치를 얻을 수 있다.
  • 내가 한 일을 주변에 알리자 (블로그, 링크드인, 커리어리 등을 이용) - 사실 업무 공유같은 경우에는 활발히 하는 편이지만, 그 외의 것들(글, 이력서 등 개인적 문서)에 대해서는 주변에 별로 공유하거나 홍보하지는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글또를 하면서 자기 PR이 참 중요해진 시대인 것 같다고 느꼈고, 어색하지만 내가 쓴 글을 주변에 많이 뿌려보고 있다.
  • 분기별로 회고를 진행하자 - 의식적으로 과거를 돌아보며 잘한 것을 지속하고 아쉬운 것은 개선할 새로운 Action Item을 설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난 해 말 글또의 모임에서 다같이 1년을 회고하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1년 단위의 회고를 해보니 상반기의 기억들이 너무 많이 희석되었다고 느껴져 1년에 4번, 즉 분기별로 회고를 진행하고자 한다. 현재 2024년은 1분기 회고까지 작성된 상태이며, 6월이 끝날 때쯤 2분기 회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침을 잘 활용하는 습관을 얻었다.

사실 나는 본투비 아침형 인간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러했다. 일찍 일어나는 것에 자신이 있고, 아침에 더 머리가 잘 굴러가는 편이다.

하지만, 업계 특성 상(?) 아침에 많은 일이 이루어지지는 않아서, 나 역시 아침 시간을 크게 활용하기보다는 그냥 늦게 일어나고 늦게까지 깨어 있는 생활 습관에 맞추며 살아왔다. 그러던 중 글또에서 아침을 잘 활용하는 많은 분들을 만났는데, 아침형 인간이라면 이렇게 살면 좋겠구나 싶은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

그래서 기존보다 기상시간을 1시간 앞당겼다. 너무 적게 자면 회사에서 졸릴 수 있으니 딱 한 시간만 일찍 일어나서 활력 있는 아침 루틴을 만들어보고자 했다.

내가 정착을 시도해 본 아침 루틴은 크게 아래의 3가지였다.

  1. 책 읽기
  2. 1시간 일찍 출근하기
  3. 헬스

현재 아침 루틴으로 쭉 유지하고 있는 것은 헬스이다. 책 읽기는 아침 루틴보다는 취침 전 루틴으로 두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시간을 옮겼고, 1시간 일찍 출근하기는 해당 시간에 출근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출근길 피로도가 확 상승해 아쉽지만 포기했다.

아침에 헬스장을 다녀오면서 얻은 긍정적 변화는, 아침에 몸을 먼저 깨우니 일상에 활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전날이 특별히 힘들었거나 피로가 쌓였다고 해도, 아침에 땀을 내고 씻고 나오면 피로도 다 씻겨 나가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어 더 좋았던 것 같다.

아마 이런 이유로 앞으로도 아침 헬스 루틴은 쭉 유지하지 않을까 싶다.

 

큐레이션에 선정됐다.

글또에서는 매주 분야별로 2~3개의 글을 뽑아 큐레이션해주는 명예의 전당같은 시스템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글또 활동이 끝나기 전에 꼭 한 번 이 큐레이션에 선정되고 싶었다.

 

 

그리고 활동 후반에 드디어 해당 글이 큐레이션 대상에 올랐는데, 너무 뿌듯했다. 개인적으로는 활동 후반에 되었다는 점이 더 감명깊다. (소년만화에 나오는 성장형 캐릭터가 된 기분이었다.)

 

글을 잘 “알리는” 법도 배웠다.

사실 글또 이전의 내 블로그는 조회 수가 거의 없었고, 조회 수에 크게 관심을 두지도 않았다. 블로그를 그냥 개인적인 학습 정리 공간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글또를 통해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 검색 엔진 최적화)라는 걸 처음 알게 되기도 하고, 처음으로 내 글을 ‘독자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기회를 가지며 글을 쓰는 자세가 많이 달라졌다. 그 후 글쓰기 세미나에 참여하며 글또 활동 이전에 썼던 글을 수정해보는 경험도 했는데, 이 때 글의 제목을 ‘독자들이 이 글을 통해 얻을 수 있는/얻고 싶은 정보가 뭘까?’에 대해 고민하며 수정했더니 해당 글의 조회 수가 많이 상승했다.

해당 글은 ‘동적 쿼리로 조건 검색 기능 구현하기 (Spring Boot 3, Querydsl)’라는 글인데, 기존 글 제목은 ‘필터링 지옥에서 살아남기 (Feat. Querydsl)’였다. 더 재치있게 표현하려고 한 제목이었지만 어떤 도구로 어떤 것을 해결하려고 했는지를 제목에 잘 담지 못했었고, 이러한 키워드로 검색하는 사람도 없을 테니 독자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사내 기술 블로그에 내 글이 올라왔다.

가장 뿌듯한 성취라 가장 마지막 단락에 두었다. 사실 개발자가 되며 가졌던 나의 가장 큰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사내 기술 블로그에 내가 쓴 글을 올리는 것’이었다. 워낙 글 쓰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자신의 기술적 견해를 글로 잘 정리해서 쓰는 사람들이 멋져 보였던 것도 있다.

그러던 중 타이밍 좋게 사내 기술 블로그가 오픈되며 기고자를 모집하게 되었는데, 현재 근무 중인 팀에서 하는 일을 사용 중인 기법들과 엮어서 잘 소개할 수 있는 주제가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아래 글을 기고하게 되었다.

 

Long-Running 작업을 다루기 위한 지침들

Long-Running 작업을 잘 다루기 위한 3가지 지침을 소개합니다.

medium.com

글이 올라온 후에는 링크드인, 회사 분들 및 주변 지인 분들 등 여기저기 링크를 뿌리고 다녔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읽어 주셨고, 글 내용에 대한 피드백을 주시는 분도 있었다. 이러한 글을 쓰는 과정부터 올린 후의 일들까지 모두 참 좋은 경험으로 남은 것 같아서, 기회가 된다면 다른 주제의 글도 올려보고 싶다.

그리고 해당 글은 사내 기술 블로그 홍보글로도 쓰였는데, 이 글을 통해 우리 회사와 회사 블로그에 관심을 가져 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늘어나게 된다면 작성자로서 아주 뿌듯할 것 같다.

 

 

마치며

글또 활동을 하며 많은 변화를 만났고, 그 중에는 돌아보니 뿌듯한 변화들도 참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아쉬운 점도 당연히 있다. 현재 본가에서 지내고 있는데, 본가가 교통이 좋은 편이 아니다보니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커피챗에 많이 참여하지 못한 점도 아쉽고, 스터디도 많이 참여해보고 싶었는데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그러지 못했던 점도 아쉽다.

글또는 아직 10기 활동이 남았기에, 아쉬웠던 점들은 10기에서 채워보고 싶다. 타협하지 않고, 합리화하지 않고, 10기 활동에서는 더 파격적인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 될 것 같다.